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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술술

디오케이 막걸리 시음기, 우유 아니고 막걸리입니다!

by alcohol-bee 2023. 3. 7.

오랜만에 반가운 친구를 만났네

종종 마켓컬리에서 장을 볼 때면, 어김없이 주류 리스트도 본다. 컬리에 전통주랑 논 알코올 맥주나 와인 등 꽤나 품목이 많아져서 고르는 재미가 있는 요즘. 그런데... 아니 이게 누구야? 컬리에서 나의 옛 친구를 만날 줄이야! 진짜 오랜만에 반가운 브루어리의 이름이 보였다. 바로 #독브루어리

나는 독 브루어리와 재미있는 인연이 있다.

몇 년 전, 독 브루어리는 서울 강북구에 있던 소규모 양조장이었다. 독 브루어리에서 만든 수제 맥주와 전통주를 결합한 스타일의 막걸리 3종을 시음할 기회가 있었는데, 이때 마셔보고 첫눈에 반해 주변 사람들한테 제발 이 막걸리 좀 마셔보라며 미친 듯이 권했던 적이 있다. 시음회나 지인 모임이 있으면 이 막걸리를 사서 같이 나눠 마시고, 데쿠 잔도 선물하곤 했었는데.

이게 도대체 몇 년 전이야?

 

당시 독 브루어리의 이규민 대표님을 인터뷰할 수 있었는데, 한식을 전공한 요리사 출신이셨다. 대학 졸업하고 덴마크에서 유명 수제 맥주 양조장 브루 펍에서 일하셨는데 그게 투올(To Øl)이었다고! 이곳에서 일한 경험이 영감을 주었다고 했다.

 

걍즐겨, 두유노, 뉴트로 막걸리

 

막걸리 이름도 참 독특했는데 ㅎㅎ 석류가 들어가 로제와인 같았던 걍즐겨, 직접 키운 사워도우로 만들어 시원한 배 풍미가 나면서 시큼했던 두유노, 홍차와 라임, 레몬을 넣어 만들어 에일맥주 같았던 뉴트로까지! 참 매니악하면서도 재미있는 막걸리 삼총사! 나는 두유노를 제일 좋아했었다.

개인적으로 독 브루어리의 막걸리 스타일이 워낙 독보적인 데다(당시 호불호가 좀 있었으나 곧 마니아 층이 생김), 막걸리를 만드는 젊은 대표님이 워낙 술에 진심이셔서 뭘 해도 되겠구나 싶었다.

 

김포로 이전한 독브루어리

독 브루어리는 김포로 이전하면서 양조장 규모도 커졌고, 김포 쌀부터 시작해서 해당 지역에 나오는 농수산물을 부재료로 더 다양한 막걸리를 생산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미 컬리에도 사과 막걸리까지 입점한 걸 보니, 좀 더 다양한 라인업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디오케이 막걸리

제품명: 디오케이막걸리

제조사: 독브루어리

식품유형: 탁주

용량 및 알코올: 500ml / 6%

원재료명: 정제수, 쌀(국내산), 누룩, 효소제, 효모(밀함유)

 

나는 원래 막걸리파가 아니었다. 대학 신입생 때 막걸리 마시고 숙취에 절었던 기억 때문에 기피 대상 1호 주류가 막걸리였을 정도. 그랬던 나에게 막걸리에 대한 편견을 깨 주었던 것이 독브루어리의 술들이었다.

디오케이 막걸리, 누가 보면 우유라고 해도 믿겠다. 병 디자인부터 성공인가? 뽀얗고 하얀 막걸리 용기가 요즘 나오는 우유 패키지 안에 담겨 있으니. 흔히 막걸리 하면 떠오르는 병 디자인들과 궁서체 또는 굵직한 붓글씨체 라벨들이 생각나곤 하니까.

 

막걸리 병을 쥐고 살살 흔들어 오픈했다!

어랏, 근데 넘치질 않네? 탄산이 거의 없나?

 

일단 리델 와인잔에 술을 따르고 한 모금 마셔본다. 오 이거 뭐지? 막걸리를 마셨더니, 알쓰였던 나의 20대가 급 소환된다.

'그때 이 막걸리를 만났더라면...' 하는 생각마저 하게 할 정도로 부드러웠다. 그리고 탄산도 없다. 너무 묵직하지도 가볍지도 않은, 딱 우유나 멀건 생크림 같은 느낌이었다.

 

 

디오케이 막걸리는 "나는 막걸리야!" 이렇게 외치는 술이 아니다.

오히려 "내가 지금 마시고 있는 게 막걸리 맞지?"라는 말부터 튀어나온다.

 

강한 맛과 탄산이 가득한 스타일을 좋아하는 분들에겐 매력이 없을 수 있겠다. 하지만~ 저도수의 술이 각광받는 요즘! 과하지 않게, 알쓰도 마실 수 있는 수준의 막걸리다. 술 향도 강하지 않고 은은하다. 내 입맛엔 많이 달지 않았는데, 김치전이랑 먹어서 그런 것 일 지도.

뒷맛도 상당히 깔끔, 담백하다고 해야 하나? 텁텁함이 없어서 좋았다. 그리고 알코올이 튀지 않고 은은한 단맛과 담백함 덕에 매운 음식과 함께하기에 부족함이 없더라.

전라도가 고향인 친구가 보내준 시원하고 칼칼한 묵은지로 김치전을 만들어 바삭하게 굽고, 간장 제육과 된장찌개를 곁들인 밥상을 준비했다.(술상 아님... 저녁 밥상임 ㅋㅋ) 아놔... 이렇게 차리니깐... 우리 할아버지 같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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